펜탁시안?
펜탁시안(Pentaxian)이란, 멸종위기종 중 하나로, 마지막 DSLR출시가 벌써 4년 전, 최 상급기라는 K-1조차도 2018년 옆-그레이드로 놀림받는 K-1II의 출시를 마지막으로 이제 서서히 사용자가 사라져가는 낡은 브랜드인 펜탁스(PENTAX)를 아직도 이용하는 외골수같은 종(種)이라 할 수 있다
펜탁스 K100D Super로 DSLR을 입문하게 된 나는, 손꼽아 기다리던 펜탁스 최초의 풀프레임 DSLR인 K-1이 출시되자 알바를 하고 푼돈을 열심히 모아서 바로 장만하였다. 무려 250만원을 주고.(물론 지금 손에 쥐어진 아이폰의 가격이 그에 필적한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던 2018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2026년이 된 지금, 아이슬란드 여행을 위해 정말 오랜만에 8년전에 멈춘 펜탁시안으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1. 부족한 렌즈군의 빈자리를 채워라.
사실 대학생활을 하며 돈이 생기는 족족 렌즈를 사모은 나는 이미 꽤 다양한 렌즈군을 갖추고 있다.
FA리밋 렌즈 삼총사인 31, 43, 77을 비롯해서 수동카메라에서 축출한 50mm F1.4, FA시절 필름 자동카메라가 갖고싶어 구매했다 함께 온 35mm, 철덕질에 큰 도움을 줬었지만 이제는 고장나 쳐박혀있는 시그마 70-300, 스타렌즈.. 나도 스타렌즈를 갖고싶다! 울부짖으며 샀던 28-70스타, 유럽여행을 위해 샀지만 연약한 내구성+크롭 14mm라는 아쉬운 화각으로 역시 70-300이랑 같이 쳐박혀있는 DA14mm F2.8까지… 이정도면 거의 렌즈 병이다.
그래도, 오로라를 보러간다면 근사한 광각렌즈가 하나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부족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먼저 떠오른 것은 24스타렌즈.
이것 역시 대학생때부터 갖고싶었던 렌즈 수집병의 끝이였는데, 오래된 렌즈기도 하고 생각보다 디지털 풀프레임에서 쨍한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것 같아서 써드파티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2. 첫번째 타깃 : IRIX 15mm F2.4 Firefly for Pentax K
이 렌즈도 이미 대학시절에 존재는 알고 있던 렌즈였다. 원채 K마운트 자체의 초광각렌즈군이 빈약하기 때문에 (크고 아름다운 DFA 15-30의 가격을 보라…) 예전부터 갖고싶다! 정도의 생각은 계속 가졌던 렌즈지만 당시엔 고가제품이였고(지금 보이는 가격들은 클리어런스 세일이 붙은 가격이다), 31mm리밋을 바디캡처럼 덮어두고 살전 시절이라 크게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었다.
그치만 이번 조사과정에서 꽤나 적합한 후보로 인식되어 1차 구매후보로 정하고 탐색을 시작했다.
AI놈은 먼저 한국펜탁스카메라(구 아사히펜탁스)에 재고가 판매중으로 등록되어있음을 알려준다.

같은 광학계를 공유하고 마감만 다른 Firefly / Blackstone이 각각 58.3만원 / 85.3만원에 등록되어있다. 흠… 뭔가 뒷맛이 깔끔하지 않았다. 특히나 해당사이트는 등록된 많은 상품들이 품절상태로 등록되어있어, 막상 주문했는데 재고가 없다고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겠다 생각했다.
게다가, IRIX공식 몰에서는 Dragonfly 버전을 60만원대로 안내하지만 해외배송되는 구조라 관부가세를 물면 상황이 복잡해지겠다고 생각했다.
어? 해외배송? 관부가세? 나 그거 동전수집할때 많이 해 봤는데?
3. 이베이를 뒤져보자
처음 FA24스타를생각할때도 이베이를 참고하긴 했었다. 190불이라는 아름다운 면세한도에 홀린듯 클릭해봤지만, 미국까지 배송비가 63불에 달하는 일본발송 제품이였고, 후드까지 다 갖춘 멀쩡한 제품은 면세한도 내에서 구매하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베이에서는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 면세 범위 안이라면 일단 뭐든지 오케이
- 면세 범위를 넘는다면 희소성이 높은 렌즈로
- 이 모든 예산이 국내 Firefly구매가보다 높다면 원점 복귀
앞서 잠깐 고민했던 FA20스타렌즈처럼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매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98USD.. FA20 F2.8 발견.. 오… 약간 광각은 부족하지만 면세범위라면 너무 좋은걸? 하며 봤지만
이번에도 일본 발송이다!
4. 그러면 일본에서 150불 안쪽으로?
일본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광각렌즈들을 마구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갈매기형상의 왜곡이 있다그래서 처음엔 제외했던 삼양 14mm가 처음으로 후보군에 들어온다.
아니, 삼양이면 국산렌즈인데 왜 해외에서… 심지어 구형 14mm는 클리어런스 중인데?!
물론 국내에 신품이 씨가 싹 말랐기 때문이다.
삼양 공식몰에도 재고가 없고(심지어 펜탁스 마운트는 품절표시가 아니라 선택지 자체를 삭제해버렸다.), 신제품도 더이상 펜탁스K마운트를 생산하지 않는다. 신생 중국제조사들도 플렌지백때문에 미러리스렌즈 위주로 찍어낸다는 글을 확인한 뒤엔 진짜로 내가 멸종위기종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애초에 IRIX도 클리어런스, 삼양도 클리어런스, 신제품엔 K마운트 미적용…
거기다가 일본 웹에 삼양14mm 즉판 희망가격들이 15만엔 17만엔 18만엔 이런숫자가 자꾸 보이니까 이번에 못구하면 어쩌면 엄청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힘내고 일본 경매사이트를 뒤적이다 1000엔으로 이제 막 경매가 시작된 B급 상태의 K15mm 렌즈를 발견했다.
앞으로 5일이 남았으니 시간단위로 모니터링하면서 낙찰가 구경이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5. 갑자기 완벽한 대안의 등장
해당 경매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AI에게 자동화작업을 지시하는 동안 AI놈이 잠깐만요, 미국에서 구매하시면 되겠는데요?
236불에 미국 LK삼양 사이트에 재고있는 매물이 발견되었어요. 할인 잘 멕여서 면세 받아보세요! ㅋ

처음엔 배송지를 한국으로 입력해서 배송료가 10만원 가까이 책정되었는데, 원래 동전수집하며 이용했던 오마이집 배대지가 떠올랐고, 미국내 배송으로 수정하자 배송료가 0원! 아름다운 가격 193.67달러로 결제에 성공했다.
물론 아직 주문접수 상태이고 실제 발송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배대지 > 국내 배송비를 제하고 3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신품을 구하게 된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였다.
6. 그래서, 정말로 올까?
물론 한국펜탁스카메라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실제 재고는 없어서 주문이 취소되는 상황도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중고 구매후 몇번 “과시용”으로 들고다녀본게 전부인 FA*28-70의 자가 핀 점검을 실시하고, 연간 1회정도만 꺼내 쓰다보니 바디 내 배터리가 죽은것인지 전원을 켤때마다 2015년으로 돌아가는 K-1도 점검을 맡겨보려고 한다. 출국 전에 깔끔하게 준비해서, 2009년 일본 갔을때 SR유닛이 고장나서 엉엉 울며 사진찍었던, 2014년 유럽에 가서 DA14로 신나게 풍경을 찍어왔는데 무한대핀이 나가서 울며 라이트룸을 넘겼던 기억..을 재현하지 말아보자. 아니 이정도면 여행을 가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과연 멸종위기종 펜탁시안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지켜봐주시길!
P.S. 실제로 발송 트래킹이 확인되었습니다. 필요한 분은 저와같은 탐색경로를 겪지 말고 바로 구매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