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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멈춘 곳 – 정선선 별어곡역 [2009.2.18]

시간이 멈춘 곳 – 정선선 별어곡역 [2009.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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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기존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 오래된 글이지만, 그때의 느낌을 다시 느껴보기 위하여 최대한 그대로 가져와 봅니다.
  • 원래 글과 댓글을 확인하시려면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첫날 경부선 이곳저곳을 둘러본 나는 제천에서 하루밤을 지낸다.
정신없는 경부선을 지나 정선선의 한적함을 느껴보러 –

지난번 정선선 답사(2007.12.19)때는 증산이였는데, 이번에는 제천이다.
증산~아우라지간을 통통통 굴러다니던 통근 열차가 폐지되고 그자리에 무궁화호가 다니기 때문…
한가지 더 생각해보니 같은해 12월 31일에 마지막으로 탑승했던 제천발(철암경유)영주행 열차와 같은 열번이다.

뭔가 머리속이 복잡 오묘해지는 느낌.

하지만 일단 역에 내리면 그런 생각은 으레 10초도 되지 않아 지워지게 마련인가보다.
내리자 마자 저 어색한 파란 역명판이 눈길을 잡는다.

역에 걸린 역명판이 무사함을 확인해보지만.

승강장은 여전히 어색하다.
열차를 타고 지나가며 창밖으로 보이는 허름한 흰색 나무역명판.
어쩌면 그것이 내가 이번에 별어곡을 찾게 만든 이유중 하나였을텐데…..하고 궁시렁 거려보지만
그래도 공항에서나 봄직한 거대한 역명판으로 도배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으로 만든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아니, 이젠 생각이 바뀌었는지 주변과 잘 어울리는것도 같다.

역 안쪽을 구경해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것은 시간표와 운임…
너무 재활용을 중시했는지, 이부분에선 아예 없느니만 못한 모습이였다.

더이상 필요없는곳에서 가져다 달아놓을 순 없었을까…?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멈춰버린’정선선에서 유일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물이니.
딱히 이렇게 남아있어도 나쁠것은 없을듯…^^

이번엔 맞이방을 둘러본다.

나전역에서 본 ‘그것들’은 아무래도 벤치였는모양인가보다.
이곳에도 똑같이 가운데에 밑둥만 남은 나무마냥 싹둑 싹둑 잘린 무언가가 보인다.

창문은 얼마전 제거당해서 역 안에서 앉아있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무인역이라도 이런 추운 겨울날 바람정도는 피할 수 있어야 하거늘… 

왜 별어곡역을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정의했을까….?

역사 뒤편의 건설현장을 보면 답이 나온다.
V모 건설회사에서 건설중이던 아파트인데, 애초 2007년 4월이 완공목표일이였지만, 시공사의 부도로 저렇게 공사중인 상태로 멈춰있게 되었다.
을씨년스러운 공사현장1이 더욱더 이곳의 시간이 멈추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자기 공상속으로 빠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왠만한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 앙증맞은 우체통도 그러한 분위기 형성에 일조했다.
그러다 맞이방 표지를 쳐다보고는,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_@byulbaragi주요 안내표지만 새로 설치한건 나같은 사람을 막기 위한 것이였을까…?

또 괜한 공상이였다 … 

공존

별어곡역도 경화역, 임피역, 다솔사역등과 같이 선로가 하나쯤 더 있었다가 걷혀간 모양이다.
선로를 잃은 플랫폼은 과거 이곳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되어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기서 열차를 타고, 또 내렸을까.

선로는 삐뚤삐뚤 제멋대로 뻗어있지만
그래도 열차는 달린다.

아니 달렸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많이…

오늘의 상행 첫차가 느릿느릿 고개를 올라온다.
열차와 함께 시간이 다시 흐르더니

열차가 떠나자 이내 그 곳의 시간은 멈추어버렸다.

  1. 글을 올리는 현재는 명성 수려안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완공되어 사람이 살고 있다. (2011.08. 준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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